혼자 살면서 일주일치 장을 보려고 하면 처음에는 목록이 쉽게 길어진다. 볶음밥에 필요한 재료를 적고, 된장국에 넣을 채소를 추가하고, 카레까지 만들 생각을 하면 어느새 장바구니에 여러 종류의 식재료가 들어간다.
문제는 계획대로 일주일을 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갑자기 저녁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 퇴근이 늦어 배달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주말에 외출하면 계획했던 두세 끼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면 냉장고에는 사용하지 못한 채소가 남는다.
몇 번 장을 보고 집밥을 만들어 보면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일주일 식단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실제로 집에서 먹을 끼니 수를 대략 계산하고, 여러 메뉴에 겹쳐 사용할 재료를 중심으로 사는 것이 1인 가구에게는 더 현실적이다.
일주일 21끼가 아니라 ‘집에서 먹을 끼니’를 센다
일주일은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계산하면 21끼다.
하지만 1인 가구라고 해서 21끼를 전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은 아니다.
평일 점심은 회사나 학교에서 먹을 수 있고,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친구를 만나거나 외식을 하는 날도 있다.
그런데 장을 볼 때는 이상적인 계획을 기준으로 식재료를 사기 쉽다.
‘이번 주부터 매일 집밥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일주일치 재료를 넉넉하게 구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집에서 여섯 끼만 먹는다면 나머지 식재료는 자연스럽게 다음 주로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장보기 전에 메뉴보다 먼저 예상되는 집밥 횟수를 확인하는 방식을 권한다.
예를 들어 평일 저녁 네 번, 주말 세 번 정도 집에서 먹을 예정이라면 대략 일곱 끼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약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면 처음부터 일곱 끼를 모두 다른 요리로 채우지 않는다.
4~5끼 정도의 기본 재료를 준비하고 부족하면 중간에 소량을 보충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많이 사두는 것보다 실제 생활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장보기 전에 냉장실·냉동실·상온 재료를 한 번씩 본다
마트에 가기 전에 냉장고 문만 열어 보고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면 놓치는 재료가 생긴다.
냉장실에는 달걀과 두부가 있고, 냉동실에는 지난번에 손질한 대파와 냉동밥이 있을 수 있다. 상온 보관 공간에는 감자와 양파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재료를 다시 구입하기 쉽다.
복잡한 재고표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
장을 보기 전에 세 곳만 순서대로 확인한다.
냉장실 → 냉동실 → 상온 식재료
냉장실에서는 개봉한 두부, 자른 애호박, 달걀처럼 먼저 먹을 재료를 살펴본다.
냉동실에서는 밥과 손질 채소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양파나 감자처럼 별도로 관리하는 식재료가 있는지 살펴본다.
이렇게 확인한 뒤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면 ‘새로운 일주일치 식재료 목록’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목록이 된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구매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메뉴 7개보다 기본 메뉴 3~4개를 먼저 정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로 다른 일곱 가지 메뉴를 계획하면 장보기 목록이 복잡해지기 쉽다.
월요일에는 카레, 화요일에는 된장국, 수요일에는 볶음밥처럼 모든 메뉴를 다르게 정하면 각 음식에 필요한 부재료가 계속 추가되기 때문이다.
혼자 먹는 집밥이라면 3~4가지 기본 형태만 정해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는 다음과 같은 흐름을 생각할 수 있다.
- 볶음밥
- 두부덮밥
- 된장국과 밥
- 달걀을 활용한 간단한 한 끼
이 메뉴들의 장점은 재료가 서로 겹친다는 것이다.
대파는 볶음밥과 국에 사용할 수 있다.
양파는 볶음밥, 두부덮밥, 국에 모두 넣을 수 있다.
달걀은 볶음밥에도 쓰고 별도의 한 끼에도 활용한다.
두부는 덮밥에 사용하고 남은 양은 국으로 넘길 수 있다.
한 메뉴에서 사용하고 끝나는 재료가 적어지는 것이다.
‘공통 재료’와 ‘한 번만 쓰는 재료’를 구분한다
장보기 목록을 작성할 때 내가 특히 유용하다고 보는 방법은 각 재료의 사용처를 두 개 이상 떠올려 보는 것이다.
양파를 사려고 한다면 볶음밥과 국에 사용할 수 있다.
달걀은 아침에 프라이로 먹고 남은 것은 볶음밥이나 달걀국에 활용할 수 있다.
두부는 첫날 부침으로 먹고 다음 날 국에 넣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용처가 두세 가지 바로 떠오르는 식재료는 1인 가구가 관리하기 비교적 편하다.
반대로 특정 메뉴 한 번에만 필요한 재료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거의 먹지 않는 채소가 특정 레시피에 소량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 재료를 한 봉지 구입한 뒤 나머지를 어디에 사용할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생략할 수 있는지, 더 적은 양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레시피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보다 이후에 남을 식재료까지 함께 보는 습관이다.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두 번째 사용처’를 생각한다
이 방법은 마트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식재료를 집어 들었을 때 이렇게 질문해 본다.
“이걸 이번 메뉴 말고 어디에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까?”
바로 답이 떠오르면 활용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당근이라면 카레에 넣고 남은 것은 볶음밥에 넣을 수 있다.
애호박이라면 된장국에 사용하고 남은 것은 달걀과 볶을 수 있다.
두부라면 부침과 국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반면 두 번째 사용처가 전혀 생각나지 않고 판매량도 많다면 일단 구입을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이 질문 하나만 습관화해도 냉장고에 ‘한 번 쓰고 남은 재료’가 쌓이는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일주일 집밥은 이렇게 연결할 수 있다
예시로 일주일 동안 집에서 여섯 끼 정도를 먹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미 집에는 기본 양념과 김치, 냉동밥 일부가 있다고 가정한다. 새로 구입하는 재료는 달걀, 두부, 양파, 대파, 애호박 정도로 단순하게 구성할 수 있다.
첫 번째 끼니에는 대파와 양파, 달걀을 이용해 볶음밥을 만든다.
두 번째에는 두부 일부를 구워 두부부침으로 먹고 김치를 곁들인다.
세 번째에는 첫날 사용하고 남은 양파와 애호박, 두부를 넣어 된장국을 끓인다.
네 번째에는 달걀과 애호박을 함께 익혀 밥에 곁들인다.
다섯 번째에는 김치와 남은 대파를 이용해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여섯 번째에는 남은 양파와 달걀을 이용해 덮밥 형태의 한 그릇 음식을 만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식단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재료가 여러 끼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구조를 보는 것이다.
재료는 반복되지만 조리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 끼니가 완전히 같은 음식이 되지는 않는다.
계획에 없던 외식이 생기면 식재료 순서부터 바꾼다
일주일 식단을 계획해도 갑자기 외식 일정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계획을 실패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음에 집에서 먹는 끼니의 우선순위를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애호박을 사용하고 화요일에는 두부를 먹으려고 했는데 화요일 저녁에 외식을 했다고 해보자.
수요일에는 원래 계획한 메뉴를 그대로 만들기 전에 냉장고를 확인한다.
이미 개봉한 두부가 있다면 두부부터 사용한다. 자른 애호박이 있다면 함께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
즉 메뉴 일정표보다 식재료 상태가 우선이다.
나는 이런 방식이 엄격한 일주일 식단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계획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구입한 재료가 자연스럽게 다음 식사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주중에 한 번 ‘냉장고 확인 식사’를 넣는다
일주일 장보기를 했다면 중간쯤 한 번은 새로운 메뉴를 계획하지 않는 날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냉장고 확인 식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본다.
그날은 레시피를 먼저 정하지 않는다.
냉장고를 열어 자른 채소와 개봉한 식품을 확인한다. 냉동밥이 있는지도 본다.
예를 들어 목요일에 양파 반 개, 애호박 조금, 달걀 두 개가 남아 있다면 채소달걀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두부와 김치가 남았다면 두부와 볶은 김치를 함께 먹을 수 있다.
감자와 양파가 있다면 볶음이나 국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이 한 끼가 들어가면 계획과 실제 소비량 사이의 차이를 중간에 조정할 수 있다.
주말이 되어서야 남은 재료를 한꺼번에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관리하기 쉽다.
장보기 목록은 음식 이름보다 재료 이름으로 작성한다
장보기 목록을 작성할 때 ‘카레 재료’, ‘볶음밥 재료’처럼 메뉴별로 적으면 같은 식재료를 중복해서 생각할 수 있다.
대신 냉장고를 확인한 뒤 실제로 필요한 재료만 하나씩 적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양파가 두 개 남아 있다면 목록에서 제외한다.
냉동 대파가 충분하다면 대파도 사지 않는다.
달걀이 두 개밖에 없고 이번 주 여러 음식에 사용할 예정이라면 달걀을 목록에 추가한다.
이렇게 하면 목록은 자연스럽게 짧아진다.
장보기의 목적도 달라진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번 주 집밥에 부족한 재료만 보충하는 것이 된다.
처음에는 장바구니가 너무 비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집에 있는 식재료도 장보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냉동실에 밥 여섯 개가 있다면 그것 역시 여섯 끼에 활용할 수 있는 재고다.
주말에는 버린 재료보다 ‘왜 남았는지’를 확인한다
일주일이 끝났을 때 냉장고에 무엇이 남았는지 잠깐 확인해 보면 다음 장보기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 달걀은 모두 먹었는데 애호박이 절반 남았다고 해보자.
다음에는 애호박을 더 빨리 사용하는 메뉴를 앞쪽에 배치하거나 작은 것을 구입할 수 있다.
두부가 매번 개봉한 뒤 남는다면 작은 용량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당근을 사면 항상 마지막 한 개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묶음보다 소량 구매가 나에게 맞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주에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왜 남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외식이 예상보다 많았는지, 구매량이 많았는지, 특정 재료를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는지 살펴본다.
이 정보가 다음 장보기의 기준이 된다.
몇 주 동안 반복하면 인터넷에서 가져온 장보기 목록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맞는 목록이 만들어진다.
마무리
1인 가구의 일주일 장보기는 일곱 가지 메뉴를 완벽하게 계획하는 일이 아니다.
먼저 실제로 집에서 먹을 끼니 수를 예상하고, 냉장실과 냉동실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 뒤 부족한 재료만 채우는 방식이 관리하기 쉽다.
특히 대파, 양파, 달걀, 두부처럼 여러 음식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하면 장보기 목록을 단순하게 유지할 수 있다.
계획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날이 생겨도 괜찮다.
다음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먼저 사용해야 할 재료를 확인하고 메뉴 순서를 바꾸면 된다.
결국 좋은 장보기 목록은 많은 요리를 가능하게 하는 목록이 아니라 구입한 식재료가 실제 식탁까지 도착할 가능성이 높은 목록이다.
지금까지 재료별 관리와 활용법을 살펴봤다면 다음 글에서는 한 단계 더 생활적인 문제를 다룬다. 요리하기 귀찮은 날에도 배달부터 찾지 않고 10~15분 안팎의 간단한 집밥을 시작할 수 있도록 냉장고를 구성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FAQ
Q1. 일주일치 식단을 정확하게 정한 뒤 장을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일정이 규칙적이고 계획한 식사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외식이나 일정 변경이 잦다면 메뉴를 모두 확정하기보다 실제 집밥 횟수를 예상하고 여러 메뉴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재료를 준비하는 방식이 더 유연할 수 있다.
Q2. 일주일 장보기에서 채소는 몇 종류 정도 사는 것이 적당한가요?
모든 1인 가구에 맞는 정해진 개수는 없다. 집에서 먹는 횟수와 이미 가지고 있는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에는 여러 요리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채소를 소수만 구입하고 실제 소비 속도를 본 뒤 종류와 양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Q3. 장보기 전에 냉장고를 확인해도 자꾸 같은 재료를 중복 구매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냉장실만 보지 말고 냉동실과 상온 식재료까지 순서대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확인하면서 필요한 재료만 바로 메모하면 기억에 의존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냉동 대파나 냉동밥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재고까지 장보기 전에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